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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777회]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제
학습주제
통화정책
대상
일반인
설명

ㅁ 제777회 한은금요강좌
 ㅇ 주제 :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제
 ㅇ 강사 : 조사국 고용분석팀 장희창 과장
 ㅇ 일시 : 2019. 2. 15. 14:00~16:00

교육자료
금요강좌 VOD
[제777회]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제
(2019.02.15, 고용분석팀 장희창 과장)

(장희창 과장)
안녕하세요? 오늘 한 시간 십 오분 정도 동안 여러분들에게 물가안정목표제를 설명드릴 한국은행 조사국의 장희창 과장이라고 합니다. 표지를 보면 제 소속팀이 고용분석팀으로 되어 있어서 조금 의아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 일주일 전쯤에 제가 자리를 옮겨서, 그 전까지는 물가연구팀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물가연구팀의 업무의 일환으로 제가 강의를 하도록 스케줄이 잡혀있었는데 그 사이에 자리를 옮기면서 고용분석팀 소속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물가연구팀에서 실질적으로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하는 데 참여를 했기 때문에 믿고 들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오늘 제가 말씀드릴 내용은 타이틀에 보이는 것처럼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제입니다. 아마도 경제학을 전공하시는 분도 계실 테고 아닌 분도 계실 텐데, 학교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인 눈높이를 먼저 제시해드리면, 아주 학술적인 내용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일반적인 눈높이에서 이해하실 수 있는 수준에서 한국은행이 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인 물가안정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여러분들이 어떤 식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이해하는 게 좋은지 간략하게 설명해드리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설명드릴 내용인데, 첫 번째는 물가안정이 어떤 의미인지, 물가안정이 왜 중요하고 그것을 위해서 저희가 채택한 제도이자 통화정책체계인 물가안정목표제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물가안정목표제에서 한 발 더 나가서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란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해서 운영하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설명 드리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아주 쉬운 내용일수도, 어려운 내용일수도 있는데 물가안정이란 것을 먼저 설명 드리지 않고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설명드릴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을 먼저 설명 드리겠습니다. 사실 물가안정이란 개념을 이해하실 때 인플레이션이란 것을 잘 이해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말로 표현했을 때 물가안정목표제가 되는데, 사실 오해의 소지가 많이 있는 용어입니다. 영어로는 ‘Inflation Targeting’인데, 영어 표현으로는 굉장히 이해가 쉬울 수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타겟팅 한다, 즉 목표로 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말로 바꾸면서 ‘Inflation’이란 것을 ‘물가안정’이라고 번역을, ‘Targeting’을 ‘목표제’라는 말로 번역했습니다. 사실 Inflation에 해당하는 부분이 물가안정이기 때문에 물가안정이란 말이 Inflation보다 어떤 면으로는 이해하기가 쉬울 수도, 또 어떤 면으로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원래 시작된 개념이 영어이고,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영어 개념에 부합하는 번역어로써의 물가안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먼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물가안정을 이해하시기 위해서는 일단 ‘물가’가 무엇인지 아셔야 하는데, 물가는 여기 쓰여있는 것처럼 ‘재화 및 서비스 가격의 종합적인 수준’입니다. 여기서 구별해야 할 개념은 ‘가격’이죠. 어떤 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과 물가는 굉장히 다른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서 “생수가 얼마인가”와 “물가가 많이 올랐다/내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내용인 것이죠. 그런데 흔히들 언론이나 일상적인 표현에서 “물가가 올랐다/내렸다”는 것을 “개별제품의 가격이 올랐다/내렸다”는 표현으로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잘못 이해하게 되면 물가안정목표제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종합적인 수준’이란 것은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을 전부 종합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쉽게 이해하려면 “평균적인 가격의 상승/하락을 측정한 것”이 물가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한 제품의 가격은 아니라는 것이죠. “여러 가지,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종합적인 가격 수준”이 물가입니다.
나중에 다시 한 번 물가와 개별 가격의 구분이 필요한 설명이 나오기도 하는데, 물가라는 것이 종합적이 수준이라면 인플레이션은 무엇일까요? 인플레이션이란 “일정 기간 동안 물가가 상승한 정도”입니다. 제가 쉬울 수도 있는 개념을 굳이 다시 설명을 드리자면, 일단 “일정 기간 동안”입니다. 1년이면 1년, 한 달이면 한 달의 기간을 정해놓고 물가가, 즉 모든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의 종합적인 수준이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상승했는지 측정하는 게 인플레이션입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개념의 정의가 이렇게 되는데, 여기에는 긍정적인/부정적인 뉘앙스가 없습니다. 즉 가치중립적인 개념이란 것인데, 과거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율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흔히들 인플레이션이란 것을 그 자체로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연세가 많으신 분들의 경우 예전에 물가상승률이 굉장히 높았고, 그래서 물가상승률이 인플레이션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그 때의 기억이 많이 남아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언론에서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표현을 많이 사용해서 그렇습니다. 인플레이션 자체를 굉장히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오해이고, 인플레이션은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단지 “일정 기간 동안 물가가 상승한 정도”입니다. 만약에 인플레이션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이라면 ‘Inflation Targeting’이란 것이 좋은 제도일 수가 없겠죠? 왜냐하면 인플레이션이란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인데, 나쁜 것이라면 목표로 삼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는 인플레이션이란 것이 그 정도에 따라서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만큼 좋은 인플레이션, 바람직한 인플레이션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플레이션은 꼭 부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물론 예를 들어 최근에 뉴스에 등장했던 베네수엘라의 경우, ‘Hyper Inflation’이라고 표현합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물가가 오르는, 자고 일어나면 물가가 몇 배씩 올라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인플레이션이 나쁜 의미로 사용되죠? 이런 경우는 단순한 인플레이션이 아니고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너무 심한 인플레이션이란 것인데, 하지만 일상적인 표현의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단순하게 “일정 기간 동안 물가가 상승한 정도”라고 하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돈의 가치로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인플레이션이란 것은 “일정 기간 동안 돈의 가치가 얼마나 빠르게 하락하였는가?”입니다. 제 앞에 있는 생수로 설명을 드리자면, 작년 이맘때쯤 생수 한 병을 500원에 살 수 있었는데 올해 같은 생수를 사려고 하니 600원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작년이나 올해나 똑같이 500원을 가지고 있지만, 작년에는 생수를 한 병 살 수 있었다면 올해는 살 수가 없게 되겠죠? 즉 500원이라는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란 게 하나의 제품의 가격은 아니기 때문에 생수 가격이 오른 것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단순화 차원에서 ‘생수의 값=물가’라고 생각해보면 500원의 가치가 작년과 달리 더 낮아진 것이니 통화의 가치가 하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얼마나 빠르게 하락하는지, 그 속도를 측정하는 것이 인플레이션입니다. 통화/돈의 가치하락 속도 또는 통화의 구매력 하락속도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물가도 이해했고 인플레이션도 이해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설명한 인플레이션의 개념을 숙지하시고 물가안정이 무엇인지에 설명을 드리자면 “인플레이션을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 가지 개념이 나왔는데, ‘낮은(low) 인플레이션’과 ‘안정적인(stable) 인플레이션’이 있습니다. ‘낮은 인플레이션’은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쉽게 생각해보면 물가상승률이 낮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높은 것보다는 낮은 게 좋아 보이고, 예전에 물가상승률이 굉장히 높았던, 인플레이션율이 굉장히 높았던 시절을 경험하신 분들은 인플레이션 자체를 나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율이 0%라면 가장 좋은 게 아닌가?”라는 말씀도 하십니다. 그런데 제가 정의를 내렸을 때 “낮고 안정적”이라고 했지 “zero이면서 안정적”이라고 설명 드리지 않았습니다. 즉 물가안정을 정의할 때 인플레이션이 0일 필요는 없습니다. 물가안정은 ‘제로 인플레이션’이 아닌 ‘낮은 인플레이션’을 의미합니다. 낮은 인플레이션의 의의는 “통화가치가 그렇게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물건을 사는 시점을 정할 때 지금 사는 것과 몇 개월 후나 내년에 사는 것이 그렇게 큰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결국에 이것은 “경제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 인플레이션이란 것이 그렇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제로 인플레이션이 된다면 정말로 인플레이션이 경제적 의사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뒤에서 또 설명을 드리겠지만 약간의 플러스 인플레이션이 제로 인플레이션보다 나쁜 것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일단 제로 인플레이션이 개념상으로는 이해하기가 더 쉽지만, 낮은 수준의 플러스 인플레이션도 경제적 의사결정에는 그렇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바람직하다. 물가안정의 개념에 부합한다”고 흔히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낮은 인플레이션’은 언론에서도, 일반상식 차원에서도 쉽게 이야기하는 바람직한 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의 정의에 있어 두 번째 요건이 됩니다.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은 “통화가치의 하락속도가 안정적, 비교적 일정해서 특정 시점의 통화가치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걸 바꿔서 표현하면 “인플레이션을 그렇게 신경 쓰며 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평균적인 인플레이션율이 아무리 낮아도 어떤 해에는 20% 올랐다가 다음 해에는 20% 떨어지는, 물가가 오르락 내리락 해서 평균만 낮지 특정 해를 기준으로 본다면 굉장히 높거나 마이너스를 보이면 어쩔 수 없이 의사결정을 할 때 인플레이션이 얼마인지 신경을 쓰게 됩니다. 반면 들쭉날쭉하지 않고 꾸준하게 유지된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쉽게 예측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낮고 변동성이 크지 않은 채로 진행된다면 여러분이 경제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 예를 들어 소비를 하거나 투자를 할 때 인플레이션율에 굳이 신경을 쓰지 않고 다른 데 신경을 쓰며 경제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물가안정은 ‘낮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이라고 정의합니다.

“낮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즉 물가가 안정되면 무엇이 좋길래 한국은행이 많은 사람들을 모아 물가안정을 달성하고자 노력할까?”라는 자연스러운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잘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에 의해 설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행법에는 설립목적이 물가안정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나름 작지 않은 조직, 기관인데, 이러한 기관의 설립목적이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물가안정입니다. 물가안정이 과연 무엇이길래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달성하고자 열심히 노력하냐 하면, 장기적인 시계의 경제적 의사결정이 물가안정 하에서는 굉장히 용이해집니다. 이는 지금까지 설명 드렸던 물가안정의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장기적인 의사결정이란, 예를 들어 10년 정도의 계획을 세워 사업을 시작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일반적으로 ‘명목금액’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사업에서 거래를 하는 것도, 돈을 벌어들이는 것도 명목금액으로 이루어지는데, 10년 후에 벌어들이는 만 원과 지금의 만 원은 조금 다르죠? 그 기간 중에 인플레이션이 아무리 낮아도 10년 동안 진행되면 지금 만 원의 가치와 10년 후의 가치는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물가안정이란 것을 기본 전제로 삼는다면 아주 쉽게, 큰 불확실성 없이 10년 후의 만 원과 현재 만 원의 가치를 비교해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0년 이라는 기간 중에 물가가 크게 오르락 내리락 하지 않는다, 즉 물가가 안정된다고 가정한다면 중간에 물가로 인해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보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긴 시계에서 사업을 할 때 물가안정은 굉장히 큰 혜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가안정이란 것이 결국에는 주로 장기적인 시계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는 투자에 긍정적인 여건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투자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 드린 것이고, 작성된 내용 중 세 번째 부분은 일상적으로, 살아가면서 체감이 잘 안될 수도, 얼핏 이해가 안 될 수 도 있습니다. 물가가 안정되어 있을 때 상대가격 변동과 물가 변동을 구별하기 용이하다는 내용입니다. 이 개념은 사실 이해하기 힘드실 수 있는데, 가격이란 것은 하나의 제품의 가격입니다. ‘하나의 Price’를 의미하는데, 생수가격이 얼마인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생수와 콜라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어떨 때는 생수에 비해서 콜라가 상대적으로 비싸고, 어떤 경우에는 콜라에 비해서 생수가 비싼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생수가격이 500원이냐 600원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이죠. 생수가격은 500원인데 콜라는 1,000원 이었는데, 콜라가격은 그대로인데 생수가격만 600원으로 올랐다면 생수가 상대적으로 비싸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상대가격이 변동했다”고 하는데, 물가가 안정되어 있으면 개별제품의 가격만 들여다봐도 많이 올랐는지, 적게 올랐는지 파악해서 “이 제품의 상대가격이 올랐다/내렸다”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면 물가가 굉장히 빠르게 올라가거나 불규칙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상황에서는 한 제품의 가격변동 요인이 그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비싸지거나 싸져서 인지, 아니면 물가의 영향을 받아 그 제품가격이 제품의 수요-공급과 상관없이, 다른 제품과 같이 오르락 내리락 한 것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것이죠. 제품가격이란 것은 자유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시그널, 소중한 정보로 작용합니다. 이 정보가 있어야만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격이란 게 정보로써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가 가진 자원을 어느 쪽에 투입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지는 것이죠. 한 개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입할 때를 생각해봅시다. 자동차는 굉장히 비싼 제품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제품이죠. 그런데 자동차를 지금 살지, 내년에 살지 혹은 자동차를 살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물건을 먼저 사고 나중에 자동차를 살 것인지를 결정할 때 비교를 하게 됩니다. 자동차가 다른 물건에 비해서 지금 싼 상황인지, 즉 할인을 많이 해주는 상황인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조금 비싼 상황이라 나중에 사는 게 좋은지 결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상대가격 변동입니다. 다른 물건에 비해서 지금 사려고 고민하는 물건이 얼마나 상대적으로 비싼지/싼지 생각해보게 되고, 그래서 자신이 가진 전체 자금에 비해서 이 제품을 지금 사는 것이 옳은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차원에서도 자원을 효율적으로 할당할 때 상대가격을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경제전체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상대가격이란 것이 중요한 정보로 잘 작동하려면 물가가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 내용이 약간 학문적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부분입니다.

복잡한 이야기를 많이 드렸지만, 결국 물가안정을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입니다. 흔히들 많이 들었겠지만, “성장을 하는 게 성장하지 않는 것보다 좋다”는 건 일반적인 상식이죠? 그런데 성장을 계속, 꾸준하게 하려면, 즉 ‘Sustainable Economic Growth’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물가안정이라는 필요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가안정이란 게 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어야 성장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아주 높았을 때는 물가상승률도 높았고, 그러면 “인플레이션율이 높아도 성장이 잘 되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적절한 성장률이 꾸준히 유지되기 위해서는 물가안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는 다른 국가에서 물가안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사례를 보면 결국에는 성장이 지속가능하지 않았다는 역사적인 교훈을 통해서 얻게 된 것이라 학술적, 학문적인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사실입니다. 물가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일시적으로 성장률이 높다 하더라도 지속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물가안정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의 역할을 전담하게 된 것이죠.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물가안정이 어떤 의미를 갖고, 얼마나 중요한 개념인지 설명을 드렸습니다. 실제로는 여러분들이 생활하는 데 있어서는 굉장히 막연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물가안정이라는, 인플레이션이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개념적으로, 아니면 저같이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설명해도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가안정을 위해서 저희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써의 물가안정목표제란 것을 “굳이 내가 알아야 하나?”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런 의문이 있으시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고 가시면 됩니다. 한국은행이 달성하고자 하는 인플레이션율은 연간 2%, 소비자물가상승률(CPI) 기준으로 2%라는 것입니다. 즉 ‘낮고’라는 개념에 부합하는 수준이 2%라고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2%로 많이들 생각하고 있습니다. 1년에 2% 정도 물가가 상승하는 것, 그리고 2%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물가안정’이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거의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강의에서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우셨다면 “연간 2%의 물가상승을 한국은행이 달성하고자 한다. 그리고 2%의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이 굉장히 큰 잘못을 하지 않는 한 중장기적으로 달성된다고 한다” 정도만 알고 계셔도 됩니다. 물가안정목표제라는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지 않으시더라도 “연간 2%의 물가상승률이란 것이 한국은행에 의해서 잘 유지될 것이다” 정도만 아셔도 물가안정목표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이해하시는 게 됩니다. 한 발 더 나가서, 그렇다면 그 내용에 무엇인지에 대해서, Inflation Targeting이란 것이 어떠한 원리에 의해서 작동이 되는 것인지 이해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설명 드릴 내용을 통해 아주 기초적인 부분이지만 핵심적인 부분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물가안정목표제라는 것을 어렵게 설명을 드리려고 한다면 굉장히 어렵게 설명드릴 수 있지만, 오늘 제가 목표로 삼는 것처럼 아주 쉽게 설명을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 깊게 들어가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오늘 이 자리에서 너무 어렵게 설명 드리는 것이 큰 의미를 갖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학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전공을 하는 분이나 중앙은행에서 근무하는 통화정책전문가라면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대학교 학부 수준의 경제학과에서도 오늘 제가 설명드릴 수준보다 깊게 학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설명드릴 내용만 잘 이해하셔도 아마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설명이 잘 되지 않는 부분까지도 이해하시고 돌아가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말씀 드린 것처럼 물가안정목표제는 ‘Inflation Targeting’입니다. 플러스 인플레이션율을 목표로 정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제도입니다. 제도라는 말이 붙어있지만 영어로는 ‘Monetary Policy Regime’이라고 하기도, ‘Framework’라고도 합니다. 체제라고 번역을 할 수 있는데,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통화정책이 어떤 틀, 체계를 가지고 운영되는가 하면 ‘물가안정목표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즉 물가안정목표제를 이해하시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이해하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딱 한 가지만으로 물가안정목표제를 쉽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몇 퍼센트의 물가상승률을 달성하고자 하는가?”만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것이 바로 명시적인 인플레이션 목표 수치인데, 방금 말씀 드린 것처럼 2%입니다. 미국도 부분적으로 Inflation Targeting을 도입했다고 볼 수 있는데, 역시 2%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2%, 유로지역의 통화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ECB도 2%보다 낮은 인플레이션율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처럼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했든 안 했든, 대체로 선진국이라고 하는 경제권에서는 모두 2%를 타겟으로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그와 같은 수준인 2%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어려울 수도 있지만, 또 나름 쉽게 생각하면 ‘2%’만 이해하시면 됩니다. 여기 제시된 설명처럼 “기대를 안착시킬 수 있는 명목준거(anchor)를 제공하고, 경제주체들이 이해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숫자로 제시했다”라는 표현도 있지만, 쉽게 ‘2%’만 아셔도 됩니다. 제가 앞에서 설명 드린 것처럼 개념적으로 물가안정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설명 드리는 것이 길고 어려운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라는 숫자를 제시하고 “모두가 같은 인플레이션율(2%)이 달성될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제도”라고 간단하게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2%를 알고 있으면 다른 부분은 굳이 몰라도 되는, 그렇게 설계한 제도가 ‘Inflation Targeting’입니다.
이처럼 쉽게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게 ‘물가안정’입니다. 바꿔서 얘기하면 “인플레이션을 낮고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 즉 중장기적으로 2%를 계속 유지시키는 것이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적이다”라고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Inflation Targeting이 숫자 2%만 제시하면 끝나는 것이냐? 그것은 아닙니다. Inflation Targeting을 채택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여건을 마련해 주는데, 가장 중요한 여건이 바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한국은행도 독립성을 얻기 위해서 자체적인 노력도 많이 했고 법적으로도 보장되어 있는데, 한국은행만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도, 특히 선진국일 경우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중앙은행이 ‘연방준비제도(연방준비은행)’라는 말로 번역이 되는데, 거기에는 파웰 의장이란 사람이 신문에 많이 등장하죠? 예전에는 옐런이었고, 그 전에도 많은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처럼 신문에도 많이 등장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의장이 한국은행의 총재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일치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기사를 통해 접하셨을 것입니다. 트럼트 대통령은 “금리를 인상하지 말라”고 하고, 파웰 의장은 “그래도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인상을 했습니다. 인상을 하고 나니 트럼프 대통령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미국의 대통령이 그처럼 비판하는데도 미 연준의 의장은 자기 나름의 판단을 가지고 자기 나름의 길을 가죠. 이런 것을 독립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일종의 정치적 독립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통화정책 의사결정의 독립성’입니다. 통화정책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중앙은행의 총재가 되었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나 FOMC에서 결정을 할 떄 정치인들, 특히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죠. 여기에는 그랬을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역사적 교훈이 배경으로 깔려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서 배운 것이죠. 정치적으로 아무리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으며 선출된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통화정책의 비전문가로서 개입한다면 그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했단 것입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해서 물가안정이라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여건이 마련된다고 해서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2% 타겟을 제시하고, 정치적으로 힘이 센 사람들도 중앙은행 총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못하고 중앙은행 총재가 물가안정을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도록 만들어 놓으면 이 제도가 잘 작동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통해서 독립성을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노력도 했고, 그리고 외국의 경험이나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빌려서도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인식들이 제고되면서 대부분의 선진국들, 우리나라는 선진국일 수도,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은행 또한 선진국 수준의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과정,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 다른 정부기관, 대통령 등의 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신문을 통해서 가끔 접하시겠지만, 여당에 영향력이 있는 분이나 대통령, 청와대, 기획재정, 국회위원 들이 통화정책 금리의 방향에 대해 발언하면 그것이 부적절하다는 기사를 많이 접하실 것입니다. 그것이 도대체 왜 부적절한가 하면 역사적으로 그런 식의 개입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계속 통화정책에 대해 좋다/나쁘다를 평가하면 항상 언론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죠. 그런 부분은 역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독립성을 보장하는 게 좋은 결과를 낼까요? 마지막에 있는 ‘신뢰성’ 때문입니다. 신뢰성이 왜 통화정책, 물가안정목표제에서 중요하냐 하면, 물가라는 것이 결국에는 통화의 구매력 하락속도, 즉 인플레이션이죠? 여기에서 통화라는 것이, 상식적으로 알고 계신 분도 계실 테고, 전공을 통해 알고 계시는 분도 계실 텐데, 돈이란 것이 정부의 지급보증이 없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종이잖아요? 이 종이가 가치가 있다고 믿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것으로 세금을 낼 수도, 거래를 할 때 상대방이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통화가 금이랑 가치가 연동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고, 거래의 양 당사자가 그렇다고 믿으면 정말 가치가 있는 것으로 작동합니다. 이게 통화의 핵심 개념인데, 통화의 가치도 똑같습니다. 통화의 가치가 안정될 것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믿으면 실제로 안정됩니다. 그런데 거기서 중요한 개념이 ‘기대 인플레이션’인데, 기대 인플레이션이란 것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인플레이션율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인플레이션율은 연간 2% 정도가 될 거야”라고 믿게 되면 정말로 2% 인플레이션이 달성됩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모든 국민들이 이렇게 믿기만 하면 이뤄지는 것이죠. 선순환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인데, 기대 인플레이션율만 2%에 안착되어 있다면 통화정책과는 무관하게, 아주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통화정책이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않더라도 2%의 물가상승률이 달성됩니다. 이건 굉장히 이상적인 상황이죠? 마치 종교처럼 “2%가 될 거야”라고 모두가 믿으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믿어달라고 해도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믿지 않을 법한 증거 또한 보이니 기대가 조금 안착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그러면 통화정책의 영향력 또한 작아집니다. 그래서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가장 큰 상황은 통화정책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믿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2%로 쭉 유지되는 것이고, 현실은 이상과 다르니 정도의 차이가 있겠고, 사람들의 기대는 2%로 안착이 되기도, 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급적 기대 인플레이션을 잘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앞 페이지에서 이야기 했듯이 신뢰성이 제고되면 제고될수록 통화정책의 효과는 좋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경제주체들, 즉 여러분들이 지금 인플레이션율이 3%, 반대로 낮아서 1.5% 등 목표수준과 다르다면, 여기서 길은 두 가지 입니다. 먼저 의심을 할 수 있겠죠? “지금 인플레이션율은 2%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뭔가 잘못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그러니 계속 안 믿을래”라는 계속해서 의심하는 길로 갈 수도 있고, 또 하나의 방향은 “지금은 2%가 아니지만 잠깐 그런 것이고, 결국은 2%가 될 것이다”라며 믿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믿게 되면 아까 제가 설명 드린 것처럼, 이렇게 믿는 사람이 많을수록 지금 상황이나 과거의 상황과 관계없이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목표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쉽게 2%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믿음을 갖는 사람을 좀 더 많도록 만드는,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인 경제를 만드는 것이 물가안정목표의 성공의 핵심이자 열쇠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기대가 2%에 몰리면 좋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한국은행만 좋은 것 아니냐?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2%로 기대가 쏠려 있으면 한국은행이 별 일을 하지 않아도 물가안정목표가 달성된다고 하는데, 그러면 “한국은행만 좋은 것이지 경제주체들에게는 무엇이 좋으냐?”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물가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이유,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 또한 마찬가지로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통화정책으로 물가안정만 달성하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약간 혼동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은 더 들으시면 좋고, 조금 버겁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그냥 “2%가 물가안정 목표이고 한국은행이 열심히 달성하고자 한다” 정도만 이해하셔도 됩니다.
한 단계 더 나가는 것인데, 물가안정이 잘 달성되고 있다면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이 큰 위험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부분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게 여기서 표현되어 있는 사회후생의 극대화인데, 사회후생이란 말은 그냥 경제적인 ‘복지’ 정도로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거나 혜택을 주는 복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경제학적 개념에서 영어로는 ‘Welfare’라고 표현되는데, 경제주체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가장 혜택을 많이 보는 상태를 보고 “사회후생이 극대화 되었다”라고 합니다. 물가가 안정이 되어 있다고 하면 물가 이외의 다른 부분의 변동성을 줄여주면 경제주체들의 후생, welfare가 올라간다고 증명되어 있습니다. 이는 학문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인데, 그래서 한국은행이 언론을 통해서 많이 노출되는 부분 중 하나가 ‘경제전망’이란 것입니다. 경제전망을 할 때 “내년도 성장률이 얼마이다. 그리고 지금 현재 성장률은 좋다/나쁘다/어느 정도이다. 지금은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 혹은 “경장률이 너무 높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서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와 같은 기사를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미국과 관련한 많은 경우를 보더라도 미 연준의 파웰 의장이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금리를 조금씩 올릴 필요가 있다”며 지금 계속 올리고 있죠? 이러한 표현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왜 한국은행/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경기에 신경을 쓰는가? 물가에만 신경을 써야 하는데, 혹시 미국은 물가안정만이 아니고 고용안정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미국과 우리나라는 다른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처럼 고용안정을 명시적인 중앙은행의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지 않더라도 실상은 똑같습니다. 똑같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기대하는 바는 명시적인 목적을 내세웠을 때와 내세우지 않았을 때가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실질은 똑같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도 물가가 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성장, 경기변동을 굉장히 신경 씁니다. 그렇기 때문에 얼핏 잘못 보면 물가안정이 아니라 성장의 안정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고용안정을 목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한국은행은 도대체 왜 그런가?”라고 오해를 하실 수도 있는데 이는 학문적으로 증명이 되어 있고, 경험적으로도 우리가 알게 된 것처럼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면 생산의 안정도 달성할 때만이 가장 큰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걸 아주 쉽게 설명 드리면, 물가가 안정되어서 연간 2%의 물가상승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즉, 물가상승에 별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가정하면, 그런데 여러분이 사는 데 있어 중요한 게 물가만 있지는 않겠죠? 예를 들어 대학생 여러분들은 당연히 취업에도 관심이 있으실 것이고,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해고된 사람은 자기 자신의 복지(welfare)가 잘 유지 될 수 있을까요? 실제로 개인의 입장에서는 물가안정보다 일자리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일자리가 안정되어 있지 않다면 물가안정이 무슨 소용이 있을 까요? 그렇다면 기왕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해고되지 않도록 잘 유지하고, 아니면 기업하는 사람들이 사람이 없어서 생산을 더 하지 못하는, 그러한 경기가 과열된 상황도 기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으니 노동시장, 생산 측면에서도 균형이 맞도록 하는, 일자리도 굉장히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해야만 경제주체들은 사회후생 수준을 가장 좋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능력이 되는 한 물가안정만 수행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성장이 안정되고 고용이 안정되는 상황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금리를 통해서 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합니다. 그게 단기적인 생산변동성을 축소시킨다는 것인데,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단기적인 부분만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률, 인플레이션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단기적인, 단기적이란 것은 완전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약 2~3년 정도가 넘어가는 긴 시계에서 성장이나 고용을 한국은행이 금리를 오르고 내린다고 조정할 수 있진 않습니다. 결국 그런 부분은 통화정책 이외의 부분으로 인해 결정되는데, 금리로 조정하고 싶은 것은 생산의 변동성, 고용의 변동성의 부분만 단기적으로 너무 오르락 내리락 하지 않도록 조절하겠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모든 걸 할 수 있진 않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성장률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부분은 다른 부분, 생산성이나 여타 다른 여건에 의해 영향을 받고 한국은행이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단기적으로 생산 내지 고용의 변동성만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것도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서만 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제가 설명 드렸던 것은 굉장히 이상적인 상황이고, 기대인플레이션이 흔들려 버리면 사람들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신뢰하지 않아서 “지금 2%가 아닌데, 시간이 지난다고 한국은행이 2%를 달성할 수 있겠어?”라고 의심하면 굉장히 힘든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이 흔들리고,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흔들리면 실제 인플레이션도 그에 영향을 받아 흔들립니다. 그러면 한국은행은 생산의 변동성 축소를 위한 노력, 경기를 조절하는 기능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당장 기대인플레이션이 흔들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면 한국은행의 금리조절은 전적으로 물가에만 집중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신뢰를 되찾지 않으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기대인플레이션이 흔들리는 것을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흔들리려고 하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모든 노력을 동원해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다시 안정시키고, 그게 실제 물가안정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상황이 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한 상황이 되면 생산의 변동성은 더 이상 기대인플레이션이 흔들리는 기간 중에는 생산변동성 축소를 위한 노력을 못하게 되고, 그러면 결과적으로 경제주체들의 후생이 낮아지게 됩니다. 생산의 변동성이 올라갈 수 밖에 없거든요. 생산의 변동성이란 것이 성장률이라고 생각하면 단기적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정도를 얘기하는 것인데, 물가안정을 당장 달성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이게 되면 GDP 성장률이 너무 올라가거나 너무 낮아지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생산의 변동성이 확대되었다는 것은, 쉽게 생각해보면 일자리가 갑자기 없어졌다거나, 뭔가를 생산하고자 하는데 사람이 부족하고 더 이상 채용할 수 없는 극단적인 반대의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상황이 바람직할 리가 없겠죠? 일을 하고 싶은 데 일 자리가 없고, 그러면 당장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입장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너무 힘듭니다. 그렇게 되면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중앙은행이 너무 물가안정에만 집중하게 되면 오히려 사람들이 힘들어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물가안정목표제를 신축적으로 운영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는 ‘Flexible Inflation Targeting’이란 것인데, 한국은행이나 다른 중앙은행이 가계부채와 같은 금융안정에 신경 쓰는 것도 Flexible Inflation Targeting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시간이 되면 설명을 드리고, 더 중요한 다른 부분을 먼저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까지 오게 되었는데, 물가안정목표제는 기본적으로 제가 아까 설명 드렸던 것 까지만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굳이 왜 앞에 Flexible이란 말을 붙여서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라는 개념을 만들어 놓았을까요?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은 구체적으로 아주 자세히 설명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냥 Inflation Targeting이라고 하지만, 그 실질적인 측면을 들여다보면 예외 없이 전부 Flexible Inflation Targeting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아까 설명 드린 것을 이해하셨다면 바로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중앙은행이 물가에만 너무 집중해서 “단기적으로도 물가의 안정성을 포기하지 않고 2%만 달성하면 된다. 잠깐 동안 경제에 충격이 와서 벗어나는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해봅시다. 그런데 생산에서 일자리가 갑자기 없어지거나 갑자기 너무 많아지는 들쭉날쭉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무조건 물가안정만 달성하면 된다고 하면 그것은 ‘경직적 물가안정목표제’라고 부르게 됩니다. 즉, Strict Inflation Targeting이라고 부르는 데, 그렇게 되면 중앙은행에게는 물가안정이 잘 달성되었기 때문에 비난의 소지가 줄어들 수 있지만 실제 경제주체들은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왜냐하면 물가만 안정되었을 뿐 다른 부분에서는 굉장히 힘든 상황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중앙은행이 중앙은행에 대한 비난만 회피하기 위해 물가만 안정시키면 되는 게 아니라는 사회적인 인식이나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중앙은행도 물가만 안정시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생산의 변동성도 같이 감안해서 여러분들의 후생수준이, 복지수준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가는 중기적인 시계에서만 안정시키고자 노력합니다.
Over the Medium Term이란 것은 모든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기 위한 Time Horizon을 표현할 때 사용합니다. 예전에는 6분기에서 8분기 정도, 그 정도의 시계라고 정의하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더 모호하게 Over the Medium Term(중기적 시계에서)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만큼이 중기적인가?” 제가 아까 설명 드린 것처럼 예전에는 대략 6분기에서 8분기 정도가 중기적이라고 파악을 했고, 지금은 6분기에서 8분기 사이가 될 수도, 경제적으로 굉장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고 충격도 크게 왔다면 8분기보다도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3년까지도 될 수 있고, 이처럼 명확하게 숫자로 제시해드릴 수 없어서 저도 안타까운 측면이 있지만 이처럼 1년이 조금 넘고 3년까지도 늘어날 수 있는 시계를 중기적 시계라고 합니다. 중기적 시계를 가지게 되면 후생 측면에서 더 좋게 되지만 실제로 통화정책이 물리적인 측면에서 제약을 덜 받게 됩니다. 통화정책이란 게 보통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쪽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이는 통화정책수단이 보통 금리이기 때문인데, 금리를 인상/인하하면 경제가 이에 곧바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며, 특히 물가는 그렇게 반응하기 더욱 힘듭니다. 인플레이션이 금리인상이나 금리인하에 반응하는 시차가 있는데, 이 시차가 실제로 중기적인 시계만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면 6분기 내지는 8분기 후에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의 인플레이션, 이미 지나간 인플레이션, 내년의 인플레이션은 사실 통화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못합니다. 물리적인 한계이죠. 통화정책이 가지고 있는 금리라는 수단은 그만큼 즉각적으로 작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시차가 있습니다. 이런 시차까지 고려하면 중기적인 시계에서 물가안정을 추구한다는 것, 즉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라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죠? 그래서 경제주체들의 후생 측면에서도 그렇고, 통화정책의 시차를 고려해도 그렇고, 중기적인 시계에서 물가안정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가,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거나 낮아질 때 한국은행을 비난하실 수도 있지만 선별적으로 비난을 하실 필요가 있다는 게 이 부분의 내용인데, 통화정책은 모든 인플레이션율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습니다. 통화정책이 관리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은 총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이고, 그 중에서도 지속성이 높은 인플레이션에만 국지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나 농산물가격 변동이 공급충격이라고 불릴 수 있습니다. 유가가 변동되거나 농산물 가격이 변동되는 부분은 이것으로 인해 아무리 인플레이션율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더라도 이론적으로는 통화정책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물가가 굉장히 올라가서 인플레이션율이 굉장히 높은데도 왜 금리를 인상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하실 때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진 이유가 국제유가상승 또는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서 그런 것이라면 사실 “그래서 통화정책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입니다”라는 답을 드리면 끝입니다. 왜냐하면 이건 한국은행이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통화정책으로 반응하지 않더라도 이런 인플레이션은 자연적으로 소멸됩니다. 그래서 더더욱 통화정책으로 반응하지 않게 되는 것인데, 예를 들어서 배럴 당 50달러 하던 국제유가가 배럴 당 70달러로 급등한다 하더라도, 즉 50달러로 계속 유지되던 국제유가가 70달러로 올라가서 1년간 계속 70달러로 가게 되면 1년 후의 국제유가 상승률은 0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 하면 70달러로 올라간 지 1년이 넘어가게 되면, 보통 인플레이션율은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미치는 영향은 0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공급충격은 충격자체가 일회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최대 1년 정도가 지나면 없어집니다. 그래서 통화정책으로 반응하지 않더라도 충격 자체가 없어지기도 하고, 공급충격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없기도 합니다. 이러한 두 가지 이유로 통화정책으로는 반응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면 통화정책으로 반응하는 인플레이션은 어떤 인플레이션이냐? 총수요 측면의 지속성이 높은 인플레이션으로는 경기가 너무 좋아서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은 전부 일자리를 얻고, 그마저도 사람이 모자라 임금을 막 올려주는 상황이 있습니다. 아주 행복한 상황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기업은 생산을 위해서 사람이 필요한데 사람이 모자라기 때문에 “내가 저 기업보다 월급을 많이 줄 테니 우리 회사로 와서 일해라”라는 식으로 임금을 인상시키게 됩니다. 임금 인상이 결국은 경기가 너무 좋아서 이루어진 것이고, 오른 임금으로 소비가 많이 이루어진다면 물가가 오르게 되겠죠? 이처럼 총수요 측면에서 유발된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래야 생산의 변동성도 축소가 되고, 실제로 통화정책으로 대응을 했을 때 효과도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가 없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하기 참 힘든 이유가 국제유가가 오르고 농산물가격이 올라서 물가가 오르게/내리게 되어 사람들이 당장 “힘들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내렸다. 한국은행은 뭐 하고 있는 것이냐?”라고 할 때 “그것은 한국은행이 할 수 없는 것이므로 1년 정도 기다려 보세요”라고 한다면 원성이 자자해질 것입니다. 그러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이 흔들릴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한국은행을 믿지 못하고, 의심을 하게 되면서 그 무엇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됩니다. 여러분들처럼 “한국은행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구나”라며 솔직한 부분을 이해해주시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지만 이걸 이해시키기가 어려운 것이죠. 여러분처럼 굳이 한국은행까지 와서 강의를 듣는 분들도 이해를 할까 말까 하는 부분인데, 일반인들이 본인의 생업에 종사하기도 힘든데 이해시키기는 더욱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중기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물가안정만 추구하게 되면 좋지 않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Optimal한 방식, 최적의 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신축적 방식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신축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의 대전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되어 있는, 안착이 잘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게 무너지면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통화정책은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은 통화정책의 신뢰성과 같은 개념이기 때문에 신뢰받지 못할 행동을 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고, 신뢰가 약해지려고 하면 이를 강화시키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기본 생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가져야 하고 실제로도 최선을 다 해야겠죠? 그런데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계적인 규칙을 따를 수 없는 한계 때문인데, 그럼에도 학자들은 통화정책을 ‘rule-base’로 수행하라고 요구합니다. 중앙은행의 판단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rule을 만들어 놓고 물가나 GDP를 통해 상황을 수치화하고 만들어 놓은 rule에 맞춰 정책반응을 하면 간단하면서도 신뢰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얘기하며 rule base로, 기계적인 규칙에 따라서 통화정책을 수행하라는 요구를 합니다. 하지만 항상 그에 대한 대답은 “중앙은행은 그렇게 할 수 없다”라는 대답입니다. 그러면서 학자들과의 갈등이 생기고, 언론 등에서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은 부분이 생기는데, 아주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왜 ‘재량’이란 것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냥 ‘재량’이 아니라 ‘제한된 재량’이 필요한 지에 대해 비유적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있을 텐데, 외야수를 중앙은행이라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외야수가 수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자가 친 공이 플라이볼이라고 생각해보겠습니다. 타자가 공을 쳤는데 땅에 닿기 전에 그 공을 잡아야 합니다. 외야수가 중앙은행이라고 생각하면 물가나 생산의 변동성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어떤 사건이 발생합니다. 다시 상황으로 넘어와 타자가 공을 쳤습니다. 공이 외야수를 향해 날아옵니다. 그런데 타자가 공을 치는 순간 컴퓨터처럼 계산을 해서 “어느 자리에 서있으면 정확하게 그 자리로 공이 떨어진다”는 것을 타자가 공을 친 순간에 알 수 있을까요? 야구에서 수비를 하는 외야수가 타자가 공을 친 순간 정확히 공이 떨어질 위치로 가서 한참을 기다린 뒤 여유 있게 공을 잡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왜 불가능한지 분석해보면, 공을 쳤을 때 공을 얼마나 빠른 스피드로 얼마나 정확하게 쳤는지 알 수 없고, 그리고 공이 날아오는 긴 시간 동안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불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바라보는 시점에서 떨어지는 지점을 예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었다고 확신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수비수는 어떻게 수비를 할까요? 우선 공을 계속 쳐다보면서 자신의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합니다. 공이 점점 가까이 올수록 적당한 위치로 옮겨가며 마지막에는 정확한 위치에서 공을 잡게 되죠. 타자가 공을 친 순간부터 잡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정보를 업데이트 하고 판단을 수정합니다. 이 과정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방식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경제적인 충격이 왔을 때, 세계경기가 갑자기 나빠진다거나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상황, 우리나라의 고용사정이 나빠지고 특정 회사에 위기가 오는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그 순간의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획득할 수 없습니다. 그 사건이 발생하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계속 정보를 업데이트 하며 판단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계속 수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어떠한 판단을 내리는 게 최적인지 실시간으로 계속 업데이트 하게 됩니다. 통화정책회의, 금융통화위원회의를 통해 금리를 결정하는 전날까지, 당일 아침까지도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기계적인 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로봇이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측면도 있고, 정보 자체가 사건이 발생함과 동시에 정확하게 획득될 수 없기 때문에 ‘재량’이라고 표현하는 과정, 계속 업데이트를 하며 어떤 판단이 이러한 정보 하에서 최적인지 고민하고 수정하는 것이죠. 이런 것을 재량이라고 합니다. 마음대로 해서 재량이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처럼 할 수 없는, 사람이 최선을 다 해서 하는 상황을 재량이라 하고, 그냥 재량이 아닌 ‘제한된 재량’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하겠다는 표현을 많이 하죠? 자율적인 판단이지만 중앙은행이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상황에 맞는 판단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블랙박스처럼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속으로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중앙은행이 획득하는 모든 정보를 경제주체와 공유할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의구심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항상 의심을 하죠? 그러면 한국은행은 “의심하지 말고 믿어주십시오”라고 설명하게 됩니다. 이런 것을 설명책임, ‘accountability’라고 하는데, 이런 부분은 여러분들이 언론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한국은행 총재가 어떤 말을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어떤 말을 했다”와 같은 모든 기사들, 그리고 한국은행에서 나오는 모든 보고서들이 설명책임의 일환으로 여러분에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책임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이 커뮤니케이션은 딱 한 가지의 목적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은행을 믿어주십시오”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냥 믿어달라고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러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이러이러한 면에서 이렇게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설명책임,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너무 길게 강의를 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 마지막으로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편한 한 가지 숫자는 ‘2%’입니다. 2%를 별 일이 없다면 달성할 것이고, 큰 충격이 와서 2%가 아닌 상황이 오더라도 결국은 2%로 갈 것이므로 상당히 긴, 중기적인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2% 정도라고 생각한다면 경제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소비자물가지수 기준으로 2%라는 것이고, 적용기간이란 예전에는 2%가 좋은지 3%가 좋은지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굉장히 높았을 때는 3%가 넘는 타겟을 설정한 적도 있지만, 그 역사를 들여다보면 한국은행은 물가 타겟을 낮춰서 2016년부터 2%를 목표로 삼았고, 그 기간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앞으로도 별 일이 없으면 2%라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3년 단위로 재설정을 했는데, 2019년부터는 3년단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 특별하고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면 바꿀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2%가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적절한 인플레이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책임성은 설명책임에 관한 내용이고, 기타는 이러한 상황이 있으면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인데, 제가 생각했을 때 오늘은 2%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는 한국은행이 생각하기에도, 다른 주요 선진국이 생각하기에도 적정한 수준의 중장기적인 인플레이션율이라는 것, 그러므로 앞으로도 2%가 계속 유지될 것이란 점, 적용기간을 특정하지 않은 것은 3년 단위로 바꿔왔던 역사가 있긴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자주 바꾸지 않아도 다른 선진국들이 하는 것처럼 2%를 계속 목표수준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또한 이번에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믿어 주십시오”라는 내용입니다. “한국은행이 하는 일들을 자꾸 의심하기 보다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믿어주시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했습니다.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말씀 드리겠고, 긴 시간 동안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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