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진행자 : 한국은행 커뮤니케이션국 설범영 과장입니다. 수출과 함께 내수는 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두 개의 바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내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 소비는 과연 어떨까요. 오늘 복코노미 시간에서는 우리나라의 민간 소비 여건을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해서 다각적으로 점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은송 조사역님, 안녕하세요.
조사역 : 안녕하세요. 한국은행 조사국 동향분석팀 이은송 조사역입니다.
진행자 : 팬데믹 당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방역 조치로 인해서 상당기간 더딘 소비 회복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1년이 다되어 가는데 그 이후 우리나라의 민간소비는 어떠한 모습을 보였나요?
조사역: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해 2/4분기 이후 회복 속도가 다소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민간 소비는 전년대비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평균 2.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회복세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4/4분기 기준으로 보면, 민간 소비가 팬데믹 이전 추세의 95.9%에 그치면서, 여전히 팬데믹 이전 추세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회복 모멘텀이 약화되는 모습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민간소비 동향은 어떤가요?
조사역 : 미국은 2021년 2/4분기 중에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이후에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요. 그리고 유로 지역은 경제 리오프닝 효과와 완화적 재정정책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러-우 전쟁 이후 에너지 수급차질이나 경제적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회복세가 상당폭 둔화되는 모습입니다.
진행자 :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이 다른 주요국들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빠른 민간 소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사역 : 일단 2021~2022년 중 팬데믹 관련 대규모의 정부 지원이 주요한 요인 중 하나였고, 미국은 아무래도 석유 최대 생산국인만큼 러-우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충격의 영향이 적었다는 것, 그리고 더 많은 일자리 기회가 있는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견조한 소비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진행자 : 그러면 올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작년처럼 소비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조사역 : 올해 우리나라 민간 소비는 작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회복세가 작년에 비해 둔화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2.3%로 전망하였습니다.
진행자 : 소비 회복세가 둔화할 것으로 생각하시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일단 제가 생각했을 때 소비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잖아요. 결국 소득이 소비의 원천이기 때문에 소비 회복세가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득 여건이 어떻게 되는지 이 부분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올해의 소득 여건은 어떻게 보시나요?
조사역 : 고용이 증가하고 임금이 상승되면 자연히 가계 소비 여력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노동 시장을 미국과 비교해보면요, 우선 노동 공급 측면에서 경제활동참가율은 우리나라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낮은 상태입니다. 다음으로 노동 수요 측면에서 빈일자리율을 보면 미국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크게 웃돌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모습인데요. 정리하자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노동 공급은 늘어난 반면 노동 수요는 상대적으로 늘어나지 않은 상황이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향후 추가적인 고용 증가 가능성이 적고 임금 상승을 통한 소득 개선 정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일단은 소득 개선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그 밖에도 소비 회복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시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조사역 : 우리나라 가계의 원리금 상환 규모가 증가하는 것도 민간 소비 회복을 둔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가부채 수준이 크게 높은 편인데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주요국은 상당 기간 부채 규모가 축소되는 디레버리징을 경험한 반면에 우리나라는 가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서 시장금리가 이자비용에 빠르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규로 취급되는 주택 담보 대출의 변동 금리 비중만 봐도 우리나라는 45.7%인데 반해 미국은 0.5%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약 9배가 넘는 수준이죠. 실제로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2022년 2/4분기 이후에 가구당 월평균 이자 비용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이것이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진행자 : 최근 주택 가격도 많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렇게 주택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자산이 줄어드는 효과를 통해서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죠?
조사역 : 우리나라는 가계 자산 중에서 부동산 자산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인데요. 2021년 기준으로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은 23.9%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63.3%로, 미국의 3배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부동산 자산 중 상당 부분이 가계 부채잖아요. 그러다보니 주요국에 비해 가계 부채 규모가 크고,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한 충격이 민간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주택 거래도 부진한 상황인데요, 이사하는 가구가 감소하다 보니까 가전이나 가구와 같은
이주 관련 내구재의 판매도 같이 감소하게 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소매판매지수는 전년대비 2.3% 감소했는데 비해 가전은 13.7%, 가구는 18.1%나 감소해서,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 그러면 반대로 올해 소비 회복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은 없는 것인지 궁금하거든요?
조사역 : 다행히 미국이나 유로 지역에 비해 우리나라의 저축률이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초과저축이 누적된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리오프닝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어서 지난해까지 정부의 재정 지원이 이루어져 가계 이전소득이 증가했고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이 오히려 높은 저축 증가세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또 GDP 대비 가계의 현금 비중도 미국이나 유로 지역보다 높은 편입니다.
진행자 : 우리나라가 다른 주요국에 비해서 저축률과 가계의 현금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조사역 : 예비적 동기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예비적 동기란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불의의 사태나 기회에 대처하기 위해서 화폐를 대비책으로 보유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대내외 경기 둔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이런 예비적 동기로 가계의 현금 비중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또 특히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와 소비심리간 상관성이 높고, 소비심리와 민간소비 간의 동행성도 상당히 높은 편이거든요. 이런 요인들로 인해 초과 저축이 누적되었고, 이것은 향후 글로벌 경기가 반등하고 소비 심리가 개선될 경우 일부가 소비재원으로 활용되면서 소비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 그리고 중국의 리오프닝도 우리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은데요?
조사역 : 네, 그렇습니다.
최근 중국의 국경 봉쇄 해제로 향후 중국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 자영업자 등의 사업 소득이 개선되면서 민간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외에도 최근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미국이나 유로 지역등 주요국에 비해서는 펜데믹 이후 물가 상승폭이 작은 편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 구매력 감소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런데 최근 전기, 가스 요금이 많이 올랐잖아요. 이러한 부분 같은 경우에도 우리 소비 회복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조사역 : 네, 아무래도 에너지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요, 또 전기, 가스 요금 상승이 여타 재화나 서비스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추가적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진행자 : 마지막으로 올해 우리나라 소비 여건을 종합적으로 정리 한번 해주시면 좋겠어요.
조사역 : 먼저 고용 증가나 임금 상승이 제한되면서 앞으로 가계 소득의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주요국에 비해 시장 금리 상승에 대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 부동산 경기의 부진 정도도 심한 것으로 나타나 이런 요인들이 민간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금년 중 민간 소비 증가세는 작년에 비해 상당폭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간 축적된 가계 저축 등이 완충 역할을 수행해 민간 소비 증가세가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오늘은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해 향후 우리나라 소비 여건을 점검해봤는데요, 이은송 조사역님, 오늘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조사역 : 감사합니다.
진행자 : 오늘 영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은행 홈페이지의 BOK 이슈 노트에서 다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