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대학생 김한경 씨는 아침에 한국경제신문을 보던 중 미국 중앙은행(Fed)이 세 번째 양적완화 정책(QE3)을 실시할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읽었다. 옆에 있던 증권사에 다니는 큰 형은 양적완화정책이 실시되면 이것이 호재로 작용해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업체에서 근무하는 작은 형은 양적완화가 실시되면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여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 실적이 나빠지고 이로 인해 회사의 매출도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작은 형은 또 택시운전을 하시는 아버지께 요즘 기름 값이 많이 오른 것도 양적완화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선진국 중앙은행에서 펴고 있는 양적완화 정책이 대체 무엇이기에 김씨 가족이 이처럼 관심을 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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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양적완화정책이 무엇인가요?
양적완화정책(Quantitative Easing, QE)이란 중앙은행이 경기침체 방지 및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회사로부터 국채 매입 등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시중에 유통시키는 통화)을 공급하는 정책을 말해요.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조정해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정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에는 정책금리가 제로수준에 가까워지면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해 경기회복을 지원하기 어렵게 됐어요. 이런 나라의 중앙은행에서는 저금리정책을 유지하면서 시중에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른바 양적완화정책을 폅니다.
◆일본은행 최초 도입
양적완화정책은 2001년 3월 일본은행이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볼 수 있죠. 일본은 1990년대 들어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일컬어지는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겪게 됐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도 정책금리가 제로 수준인 상태에서 디플레이션(자산가치 하락) 우려가 커지고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하게 됐지요. 이런 정책은 이후 5년간 유지되다 2006년 3월에 끝났습니다.
그런데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하면서 다시 언론에 주목을 받게 됐죠. 미국 Fed(중앙은행)는 금융위기 발생 직후 금융시장 안정 등을 위해 그해 11월과 2009년 3월에 총 1조7500억달러에 이르는 국채 및 정부기관채권 등을 매입해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2010년 11월에는 6000억달러의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게 됐지요.
최근 뉴스나 신문을 보면 미국의 ‘QE3 가능성’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미 중앙은행이 앞서 실시한 두 차례의 양적완화정책을 금융시장에서 각각 QE1, QE2로 부르면서 세 번째의 양적완화정책 실시 여부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최근 영국이나 일본, 그리고 요즘 국가채무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로지역에서도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책금리가 크게 낮은 상황에서 미국 Fed와 유사한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했지요.
◆양적완화, 증시에는 호재
중앙은행이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하면 금융회사의 유동성 사정이 개선돼 시중에 돈이 풍부해지는 만큼 투자자들은 주식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 하겠지요. 실제로 미 Fed가 지난 두 차례 양적완화정책을 발표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김한경 씨의 큰 형이 양적완화정책이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걸 말해요.
이처럼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정책은 금융시장 상황을 전반적으로 개선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특히 선진국 통화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시장국의 경우에는 선진국의 양적완화정책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수출, 물가에 부정적 영향도
우선 미국 Fed의 양적완화정책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미 달러화를 많이 공급하는 것이므로 미 달러화는 다른 국가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게 되겠지요. 특히 늘어난 자금은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성장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금융·외환시장이 발달한 나라로 유입될 겁니다. 따라서 자금이 많이 유입된 나라의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겠지요. 이처럼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으로 원·달러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수출업체에 근무하는 김씨의 작은 형이 회사 실적을 걱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또한 각국이 양적완화정책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세계 경제 전반에서 투기적인 활동이 증대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들은 매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보다 높은 수익을 찾아 원유 등 상품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도 하지요. 이런 투기적 활동으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기름 값이 상승하고 물가도 오르게 됩니다. 물론 택시운전을 하고 계신 김씨 아버지의 걱정도 함께 커지겠지요.
이 밖에도 선진국의 양적완화정책으로 신흥시장국에 대규모로 유입된 글로벌 투자자금은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일시에 대거 빠져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들 국가의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부작용도 발생하죠.
이처럼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정책은 금융상황을 개선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이와 동시에 주변 국가로의 자본유출입 증대,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국제유가 상승 등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장정수 <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과장 >
- 2012. 6. 17일자 한국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