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정확한 진단과 수술을 통해 환자의 질병을 치유하는 것처럼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을 정확하게 파악해 구조조정을 하면 경제 전체의 체질을 강화시킬 수 있다. 기업 구조조정이란 경제 여건 변화에 대응해 사업구조 개편,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제한된 자원이 부실 기업으로 흘러들어가 경제의 비효율성이 증가한다. 또 기업 전반의 신용 위험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돼 양호한 기업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채권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부실 기업에 대해 구조조정 없이 자금이 지원된다면 부실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연명토록 하는 역할만 해 채권금융기관 내부에 잠재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축적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과 채권금융기관의 건전성 상황이 악화되면 금융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도 떨어진다.
●구조조정 지연 땐 경제의 비효율성 증가
기업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 외부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법적 방식을 통해 추진하는 경우와 법원의 판단 이전에 이해 관계자 간 사전 합의를 통해 진행하는 방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법에 따른 구조조정에서는 채권금융기관과 일반
상거래의 채권을 포함한 기업의 모든 채무가 동결된 뒤 채권자, 주주 등 다수의 이해관계가 조정되면서 진행된다. 기업의 회생 가능성 여부를 사법적 판단에 맡기므로 파산법원 등 전문화된 법 시스템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관련 법이 회사정리법, 화의법, 파산법 등으로 다원화돼 있었는데 2006년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로 일원화돼 시행되고 있다. 법에서 정한 엄격한 절차에 따라 다수 관계자의 이해를 조정하면서 진행되므로 구조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해관계자의 사전 합의를 통한 방식은 기업재무구조개선(
워크아웃)이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외환위기 직후 기업 체질을 개선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됐다.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이 주도해 외부로부터의 자금을 지원받지 않으면
대출금 상환이 어려운 부실징후 기업과 서로 협의하면서 시장 기능에 의해 상시적·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총대출금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의해, 대출금이 5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은 ‘채권은행협의회 운영협약’을 통해 워크아웃이 추진되고 있다.
●이해관계자 합의 통한 워크아웃이 대표적
채권은행은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정기 또는 수시로 실시해 기업을 A~D등급의 4단계로 분류한다. 대기업에 대한 정기평가는 매년 4~6월, 중소기업에 대한 정기평가는 매년 7~10월에 실시된다. 신용위험평가 결과 부실징후가 있으나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을 추진한다.
기업의 신용위험등급이 C등급일 경우 그 기업에 자금을 가장 많이 빌려 준 주채권은행은 채권금융기관들의 모임인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소집해 해당 기업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채권금융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채권금융기관 총대출금의 75% 이상 찬성으로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된다.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워크아웃 기업과
경영정상화계획 이행 약정을 체결하고 보유 채권에 대해 상환기일 연장, 원리금 감면, 대출금의 출자전환 등의 방법으로 조정하거나 신규 대출을 결정할 수 있다. 만약 워크아웃 과정에서 채권금융기관 간 이해상충이 있을 경우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가 이를 조정하게 된다. 반면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해당 기업의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통합도산법상 기업
회생절차 또는 정리절차 등을 밟게 된다. 기업의 신용위험등급이 D등급인 경우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은 기업의 회생·파산 가능성 여부를 빨리 파악해 회생가능 기업에 자금 지원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해관계자 간 손실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채권자, 기업 경영자 등 이해관계자 간 이해상충을 미리 조정하는 역할이 채권금융기관에 필수적으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