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경제는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올해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동기대비 3.8%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었으며, 반도체가격 상승에 따라 교역조건도 크게 개선되면서 국내총소득(GDI)은 GDP를 훨씬 웃도는 13.2% 증가하였다. 이러한 GDI의 증가는 가계 구매력과 기업 투자여력을 확충함으로써 향후 내수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교역조건 개선과 이에 따른 GDI 증가세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그 거시경제적 파급효과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본고에서는 이번 교역조건 개선의 특징과 내수 파급효과를 과거 사례와 비교·분석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과거와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을 보인다. 2000년대 이후 현재까지 네 차례의 교역조건 개선기 중 과거 세 차례(2009년, 2015~16년, 2020년)는 모두 국제유가 등 수입물가의 하락이 주된 요인이었던 반면, 금번에는 반도체가격 강세에 따른 수출물가 상승이 개선을 이끌고 있다. 더욱이 최근 반도체 경기 확장국면은 단기적인 수급 요인을 넘어 AI 확산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폭과 지속 기간이 과거 사이클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양호한 교역조건 흐름이 상당 기간 지속되며 GDI가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3. 이러한 차별화된 특징으로 내수에 미치는 파급영향도 과거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 측면에서 과거에는 유가 하락이 교역조건 개선을 주도하면서 이에 따른 소득 증가가 일시적인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이번에는 반도체에 대한 구조적 수요가 수출가격 상승과 교역조건 개선을 이끌고 있어 소득 증가의 지속성이 과거보다 높게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wealth effect)까지 더해지면서 소비 개선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측면에서도 과거 교역조건 개선기에는 유가하락에 따른 비용절감형 수익개선이 시차를 두고 투자로 이어졌다면, 이번에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확대에 기반한 수익성 개선이라는 점에서,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보다 신속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글로벌 AI 확산과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따른 국제유가 안정화 전망이 맞물려, 그 충격의 크기와 지속성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수로의 파급효과가 과거에 비해 크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4. 다만 최근 교역조건 개선의 수혜가 IT 등 특정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거시경제적 파급력을 일부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계 부문에서는 임금상승과 자본이득이 한계소비성향과 자산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소득·고자산층에 편중되어 있으며, 산업별로도 IT를 제외한 여타 부문은 대체로 그간의 업황부진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비용상승 압력으로 투자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반도체 산업은 생산·고용유발효과가 낮은 데다, 제조장비의 높은 수입의존도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한 해외직접투자 확대도 내수 파급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5. 종합하면, 이번 반도체 경기 호조와 이에 따른 교역조건의 큰 폭 개선은 향후 내수 증가세를 지지하는 핵심 동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그 혜택이 일부 산업·계층에 편중되어 있는 만큼, 거시경제적 성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중장기 성장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미래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성과가 폭넓게 확산되도록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정책적 노력이 긴요하다. 특히 IT 주도의 성장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그 기반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높은 IT 의존도에 따른 경기·재정·금융 변동성 확대 리스크를 경계하는 한편, 반도체 호조의 성과가 생산적 투자보다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 유입될 경우 발생 가능한 금융불균형 확대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요소 등 자원이 IT 부문으로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여타 핵심산업의 생태계 붕괴와 계층 간 불균형 심화 가능성도 유념하여 정책을 설계하여야 할 것이다.